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영의 길을 모색하는 책 『제3의 경영』 저자 노부호 서강대 명예 교수
이며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대표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서 경영이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노부호 교수는 미국 경영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urray McGregor, 1906~1964)의 이론을 소개한다. 맥그리거는 1960년 그의 책 『The Human Side of Enterprise』에서 X이론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Y이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노 교수는 이 이론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인간과 일의 본질을 연구해 새로운 이론인 V이론(V는 Vision, Value를 나타냄)을 제시했다.
『제3의 경영』 저자 노부호 교수는 기계적 인간관을 가졌다고 비판받은 미국의 기계공학자, 경영학자, 산업공학자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 1856~1915) 이후 호주 태생의 심리학자 엘톤 메이요(George Elton Mayo, 1880~1949)가 제시한 인간관계론 그리고 맥그리거가 제시한 Y이론도 기업의 생산성을 위한 것이지 직원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메이요의 인간관계론은 근로자의 생산성이 물리적 환경이나 경제적 보상보다 동료와의 관계, 소속감, 정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한 경영학 이론이다.
저자가 새로 제시한 '제3의 경영'의 기본은 직원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열정과 애정을 끌어내 이것을 자아실현으로 연결시켜 행복을 추구하는 경영이다. 이에 따라 사람과 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리고 행복과 인격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2017년 출간된 이 책은 ‘V이론에 의한’이라는 부제(副題)가 말해주듯이 V이론을 제시하고 동시에 V이론을 적용한 경영시스템을 리더십, 비전, 문화, 자율성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존 경영의 문제점, 새로운 경영의 기본개념, V이론의 이론 정립과 기본 방향, 의식 개혁의 4가지 요소, X이론 Y이론 V이론의 비교다.
특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권위주의를 꼽았다. 권위주의는 단기적 비윤리적 경영을 낳고 낮은 직장 만족도로 이직율을 높힌다고 분석한다. 새로운 이론인 V이론에서는 일은 곧 자기의 존재 그 자체이며, 우리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해 갖춰야 할 7요소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밀레니얼세대의 비중이 높아진 현시점에 시사점이 크다.
저자는 '경영은 숭고한 직업이다'라고 밝히고 제3의 경영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인 인간 소외와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일과 사람의 본질을 다루고 있어 경영자와 미래의 경영자, 그리고 비즈니스 코치에게 유용한 경영서이다.
맥그리거가 1950년대 제시했던 X이론(권위주의)·Y이론(동기부여)을 뛰어넘어 개인의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제3의 경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X이론은 산업혁명 후 1950년대까지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Y이론은 사람들의 욕구 수준이 높아진 1950년대 후반에 나왔지만 이제 사람들은 자아실현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인식에 맞춰 비전(Vision), 가치(Value)의 의미를 담은 ‘V이론’(자아실현, 공동체 조직 중심)을 제창한다. V이론은 사람을 열정과 애정을 느끼며 일하는 정서적 존재며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실존적·영성적 존재로 인식한다. 의식 개혁을 통해 사람을 열정과 애정의 인격자로 만들고 자아실현을 가능케 해야 기업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는 논리이다. 또 기업 내 의식 개혁을 위해선 리더십, 비전, 문화, 자율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매년 경제전문 매체 '포춘(Fortune)'과 '일하기 좋은 일터(Great place to work)협회‘는 공동으로 직원 만족도와 복리후생 등을 기준으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발표한다. 선정된 기업은 우수한 조직문화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기업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기도 한다. 이 조사에서 2024년과 2025년 1위, 2026년 2위를 차지한 기업이 바로 세계적 호텔 기업인 힐튼(Hilton)이다.
힐튼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펼치고 있는 정책은 다양하다. 먼저 출산 시 배우자에게 4주, 친모에게 12주의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입양 시 1만 달러의 비용 지원과 2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며, 복지 플랫폼 'Care for all'을 통해 육아나 노인 돌봄 등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혜택을 제공한다. 스탠퍼드대학과 협력해 육아에 필요한 정보나 부모를 위한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육아 여정(Parenthood journey)'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힐튼 호텔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힐튼 호텔의 멤버십 회원 수는 2억3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5년에는 미국 텍사스주에 전세계 9000번째 호텔을 개장했다.
기업의 사회공헌도 ‘제3의 경영’
단순 기부 활동 넘어 임직원들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제3의 경영’으로 불릴 만큼 기업 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사회공헌은 기업이 소비자의 상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그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라는 요구에 맞춰 시작됐다. 그러나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스스로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단순한 기부나 봉사활동을 넘어 회사가 가진 자원과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의 사회적인 존재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산업화시대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책임’이 아닌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이란 의식 자체가 희박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대변되는 외환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달라졌다. 당시 수만 명의 근로자가 거리로 내몰리면서 기업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곳이란 시각이 생겨난 것이다. 기업이 단순히 성장만 추구해서는 사회가 온전할 수 없음을 뼈아픈 경험으로 체득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유럽형 사회적 기업의 개념이 도입되고 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회공헌의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기탁하는 단순한 기부 수준에서 점차 다양한 방법의 사회공헌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10년 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저녁 밥상에 필요한 밥 한 공기를 이웃집에서 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로 부족했던 부분을 주변 이웃들과 함께 채웠던 정겨운 장면이 요즘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집보다는 직장이 생활의 터전이 되고 이웃보다는 직장 동료가 인간관계의 중심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들도 이같은 흐름을 인식하고 보다 다양하고 세부적인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던 것에서 임직원 스스로가 직접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부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보상 활동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일·가정 양립하는 근무여건 조성에 정부도 매진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행복한 공무원이 더 나은 세상 만들어“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근무 여건 조성이야말로 공무원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정책 방향을 소개하는 기고문을 최근 연합뉴스에 기고했다. ‘행복한 직장과 유능한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사혁신처도 공무원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근무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이 지난 몇 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져 왔다.
먼저 임신 후기에 있는 여성 공무원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승인하도록 했으며, 배우자의 임신 기간에 남성 공무원이 검진에 동행할 수 있도록 10일의 특별휴가도 신설했다. 난임 치료를 위한 시술 휴가를 시술 당일 외에 진료일, 회복일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또한, 유산이나 사산 위험은 물론 조산(早産)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출산휴가를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기 위한 배우자 출산휴가도 10일에서 20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 시 휴직 전체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고, 육아휴직수당 금액을 인상하는 등 승진과 수당 부분에서 개선책도 시행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경우 방학이나 이른 하교 시간 등으로 인해 돌봄 수요가 높다는 의견을 반영해, 육아시간 대상 자녀 나이를 5세 이하의 자녀에서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로 확대했다. 사용기간도 24개월에서 36개월로 늘렸다. 이에 따라 육아시간을 사용한 국가공무원의 수는 2022년 약 3만 명에서 2025년 약 6만5000 명으로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이다.
자녀나 손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등 학적 공백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어 실제 돌봄 수요 반영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개선 중이다. 학적 공백기에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으로, 개정이 완료되면 자녀의 학적 공백기에도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좀 더 두텁게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복한 공무원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는 인사혁신처의 근무 혁신은 결국 국민의 삶을 돌보는 더 큰 에너지로 돌아올 것이다. '일터에서는 유능하게, 가정에서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공직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돌봄과 치열한 업무가 공존하는 일터를 향한 인사혁신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自利利他 '행복 경영' 20년 통했다···휴넷, 주 4일제 시행 등 성장 지속
휴넷 조영탁 대표 "행복경영 지수 개발하고 행복경영 기업 1만개로 확대 추진“
“창업 이후 경영을 새롭게 공부하며 2003년에 ‘행복경영’을 만들었습니다. 행복경영을 공부하며 접했던 훌륭한 지식을 주변인들과 나누자는 생각으로 매일 ‘행복한 경영이야기’ 뉴스레터를 보낸 것이 20년이 됐습니다.”
에듀테크 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가 2023년 11월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행복경영 20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밝힌 발언이다. ‘행복경영’은 기업의 목적을 이익 극대화가 아닌 직원, 고객, 사회,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걸 뜻한다. 단기 이윤 극대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철학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잘되게 하는 것이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와 맞닿아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행복경영 20년&Next ▲휴넷의 행복경영 사례와 주 4일제 실험 ▲행복경영 중소기업(씨엠에스랩, 오픈놀)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조영탁 대표는 ▲휴넷에 적용한 행복경영 실험 ▲중소기업 CEO 대상 ‘행복한 경영대학’을 통한 행복경영 기업 확산 사례를 소개했다. 또 '넥스트 행복경영'으로 행복경영 지수 개발과 행복경영기업 1만개사 확산, 휴넷 행복경영모델 지속 발전 등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조영탁 휴넷 대표가 행복경영 철학과 '행복경영 넥스트'를 설명하고 있다. /휴넷 제공
휴넷은 지난 20년간 행복경영에 기반한 경영을 실천, 지속성장을 이뤘다. 직원 행복을 7개로 정의한 ‘Magic+’을 만들었고, 매년 100개 항목의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 행복 점수를 측정 및 개선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직원연금제도 ▲안식휴가 ▲독서경영 ▲직원 학습플랫폼 ▲시차출퇴근제 ▲주 4일제 등 혁신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을 지금도 받고 있는 주 4일제는 2022년 7월1일부터 시작했다.
휴넷은 창립 이후 매년 매출액을 경신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은 22%를 기록했다. 실적면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행복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조 대표에 이어 등단한 휴넷 인재경영실 문주희 실장은 ‘주 4일제’ 사례 발표를 했다. 휴넷은 2022년 7월부터 매주 금요일이 휴무인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일부 기업과 달리 연차 소진, 급여 삭감이 없는 온전한 주 4일제다. 또 휴넷은 ‘100% 월급 받고, 80% 근무 시간으로, 100% 성과를 낸다’는 ‘100-80-100’을 강조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 실장은 “주 4일제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93.5%을 기록했다. 주 4일제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에 같은 기간 대비 채용 경쟁률이 3배 오르고 매출은 20% 상승했다"면서 “주 4일제는 생산성 향상의 도구이자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주희 휴넷 인재경영실장이 주 4일제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휴넷 제공
한편 휴넷은 지난 2016년부터 ‘행복경영’의 기업 확산을 위해 ‘행복한 경영대학’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2023년까지 650개 기업의 CEO가 이 과정을 수료하고, 소속 기업에 행복경영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동문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1%, 직원 수는 6%씩 증가하며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다수의 상장기업도 탄생했고, 실적과 기업문화를 두루 갖춘 기업이 늘고 있다고 휴넷은 설명했다.
이날 행복경영 우수 기업 사례 발표자로 나선 화장품 전문기업 ‘씨엠에스랩(CMS Lab)’ 이진수 대표(행복한 경영대학 1기)는 “직원 행복제도를 도입하고 ‘직원들이 행복하면 사업도 잘될까?’라는 가설을 성과로 증명했다"면서 "회사 매출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했고, 회사가 성장할수록 구성원과 조직문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채용 플랫폼 ‘오픈놀’ 권인택 대표(행복한 경영대학 4기)는 “CEO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직원을 성장시키고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개인의 가치와 행복을 찾는다면, 회사는 반드시 성장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는 행복경영의 시작이 된 메일링 서비스 ‘행복한 경영이야기’(구독자수 220만 명)를 마무리하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복한 경영이야기’는 20년간(2003.10~2023. 11) 3500여 권의 책에서 발췌한 명언 4775호를 발행했다. 특히 그동안의 글을 모아 도서 『촌철활인』(총 12권)이 출간됐다.
"돈보다 행복"…SK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론’
"행복기여도로 평가·보상"…CEO 80여명 참석한 SK 확대경영회의에서 전담조직 제안
"지금까지는 돈을 버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 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
이 말은 돈 버는 데 있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대기업 총수의 입에서 나왔다. 그것도 비교적 오래 전에 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의 행복 극대화를 경영전면에 내걸었다. 2019년 6월25일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8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매년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경영화두를 제시했다. 2016년에는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Sudden Death·갑작스러운 죽음)할 수 있다"며 조직내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그 처방전으로 내놓은 게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다. 이듬해는 '공유인프라'를 주문했고, 2025년에는 '사회적 가치'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했다.
당시 최 회장이 꺼낸 화두는 '행복'이다. 임직원들이 행복해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도 위기극복의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최 회장은 그해 1월 신년회에서도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꿔야 한다"며 임직원의 행복을 핵심지표로 삼겠다는 방침 을 내비친 바 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019년 6월25일 확대경영회의에서 행복을 극대화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SK그룹 제공
이날 회의에서 각 계열사 CEO는 회사가 추구하는 '행복전략'과 임직원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 등을 파악해 우선 순위화한 '행복지도'를 공유하고 발표했다.
조대식 의장은 사업모델을 혁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구성원의 행복을 극대화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행복이 지속 가능하려면 고객, 주주, 협력사, 사회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최 회장은 "오늘 확대경영회의에서 발표된 각 회사별 행복전략은 구성원들에게 행복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며 "상시적으로 행복전략과 행복지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 일환으로 각 계열사별 전담조직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했고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행복전파에 힘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 중국서 현장경영…'행복경영론' 설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을 찾아 글로벌 현장경영을 가속화하는 한편 자신의 ‘행복경영론’을 설파했다. 2019년 7월 최 회장의 중국 출장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 할수록 중국, 중동, 동남아 등 글로벌에서의 성과로 돌파구를 삼고,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 경영행보였다.
최 회장은 2019년 7월5일 중국 베이징 소재 SK타워에서 SK차이나, SK하이닉스 등 8개 관계사 1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행복토크를 갖고 “기업의 존재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추구’로 바꿔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행복을 극대화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SK의 경영함수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추구’로 바꿔나갈 것이며,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회사에 출근해 함께 일을 하며 돈을 번다. 혼자 일할 때보다 힘을 합칠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역사를 통해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앞으로는 전체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함께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함께 행복을 추구하면 그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체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개인의 행복이 낮아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주사위 던지기 게임’을 비유로 들었다.
주사위를 몇 번 던지면 특정 숫자가 아예 안 나올 가능성도 있으나, 수없이 많이 던지면 결국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6분의 1로 올라간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처음에는 개인의 행복이 낮을 수도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결국 개인의 행복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다만 아직 우리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그래서 ‘행복지도’라는 개념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의 행복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꾸준히 하나씩 알아나가는 방식으로 행복 지도를 그려나가고, 지금껏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온 것처럼 앞으로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일을 해나가자는 의미이다.
최 회장은 이처럼 행복추구를 회사의 존재이유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 회장은 “여기서 말하는 동의는 영어로 치면 단순한 동의를 뜻하는 ‘agree’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와 헌신을 뜻하는 ‘commitment’”라고 말했다. 나의 행복을 누군가 올려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 하겠다는 ‘적극적 의미에서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밖에 최 회장은 ▲회사의 존재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추구로 바꾸는 것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나만의 행복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행복이라는 것 ▲행복 증진의 주체는 구성원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SK, 그룹 경영철학에 ‘지속가능한 행복경영 실천’ 명문화
SK그룹이 구성원의 행복과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천을 뼈대로 한 그룹 고유의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개정했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후 14번째 개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철학인 ‘행복경영’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실천에 더욱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그룹은 2020년 2월20일 사내채널인 gbs와 톡톡(toktok)을 통해 SKMS를 ▲행복경영 주체로서 구성원의 역할과 실천을 강조하고 ▲고객, 주주, 사회 및 비즈니스 파트너로 이해관계자 범위를 확장하며 ▲함께 추구해야 할 이해관계자 행복을 사회적 가치로 개념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그룹은 앞서 2월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SKMS 개정 선포식과 함께 SKMS 실천서약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14차 개정 취지와 핵심 내용을 15분간 TED 방식으로 발표했다. 최 회장은 “SK 경영지향점을 지속 가능한 구성원 행복으로 정립하고 자발적·의욕적 두뇌활용(VWBE)을 통한 수펙스추구로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SKMS를 개정했다”며 “SKMS는 함께 실천하기로 약속한 우리의 믿음과 일하는 방식인 만큼 새로운 SKMS를 나침반으로 삼아 행복경영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자”고 강조했다.
SKMS 개정에 따라 SK 구성원은 조직 주체로서 구성원의 행복과 함께 회사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종전 이해관계자였던 고객, 주주, 사회에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이해관계자와의 지지와 신뢰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사회적 가치는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창출하는 모든 가치로 규정했다.
●시대변화 코드 앞서 읽은 최태원의 ‘행복경영론’…행복 요인 ‘성취감’ 최우선 꼽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사지원팀(HR)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16개 주요 계열사 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행복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크게 세 분야로, 관심은 행복 영향요인에 대한 설문이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라는 질문과 12개의 보기를 제시했다.
결과는 다소 뜻밖이었다. 구성원의 약 20%가 ‘성취감’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소속감’ ‘개인성장’ ‘일과 삶의 균형’ 등이 뒤를 이었다. 업무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워라밸까지 보장되는 일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 그런 일터에서는 구성원의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우선순위로 꼽힐 것 같았던 ‘경제적 만족’은 7위로 밀렸다. ‘복리후생’ ‘사회의 인정’ ‘고용 안정성’ 등 전통적으로 직장을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긴 가치들은 대부분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9년 7월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행복토크’에서 최 회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 추구’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행복토크는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성격의 소통장이다. 여기서 ‘구성원’은 고객, 주주, 사회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SK의 행복실험도 진행 중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은 2019년 4월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해 직원들이 계열사, 부서 칸막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경영계 화두인 에자일(Agile·민첩한) 조직, 일하는 방식 혁신에 ‘오피스 환경’은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SK의 한 팀장급 직원은 “초기 관리자급 사이에선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다 편견이더라”며 “몰입도가 높아서 자연스럽게 워라밸이 실현된다”고 평했다. 20∼21층 2개층을 계단으로 튼 휴게공간, 회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면 샐러드가 일하는 곳에 배달되는 등 구성원들조차 모르는 서비스가 추가되고 있다. 부사장-전무-상무 등 임원 직급도 폐지했다. “패기를 갖고 스스로 삶과 일을 디자인해 세상의 행복을 키우라”는 것이다.

근래 재계에서는 ‘삼성맨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각종 수사를 받고 투옥됐을 때 자존감이 떨어지고 구글, 넷플릭스, 카카오 등 국내외 혁신기업에 치이는 탓이었다. 한 헤드헌팅업계 관계자는 “실력을 갖춘 인재들일수록 보상, 간판 등 물질적 요소보다 조직문화, 성장 가능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1990년대생을 필두로 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도 간과할 수 없다. 작가 임홍택은 『90년생이 온다』에서 “90년대생들에게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라며 “권력은 이미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SK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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