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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경기 부진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은 높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시한 이유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아파트값과 가계대출 추이,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후 1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라는 입장었다는 것을 밝히면서,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에 또 발목이 잡혔다. 올해 성장률이 0%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 당연히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있지만 금리를 성급히 인하 조치를 하는 경우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가 재점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동결은 불가피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10·15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하향 안정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23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10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0월 셋째 주(10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주 여건이 양호한 대단지·역세권 등 선호단지 및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문의 및 거래가 증가하고 상승거래가 체결되면서 0.5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10월 둘째 주(10월 13일 기준) 0.54%에 이어 2주 연속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며 3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3,500억 달러 그것도 선불(Up front)로 요구하는 투자 압박 등이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하는 것도 금리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고착화(固着化)한 달러당 1,400원대 고환율도 부담이 컸다. 지난 10월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7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49% 오른 1,439.8원에 거래되었다. 장중한 때 1,441.5원까지 뛰었는데 이는 장중 기준으로 지난 4월 29일(1,441.5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월 중순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역시 765조 원으로, 한 달 새 주택담보대출 7,000억 원, 신용대출 8,000억 원 등 1조 5,000억 원이나 급격히 늘었다. 소비자심리지수(CSI)도 3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상회(上廻)한 101.4를 기록하는 등 점진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결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위험성이 다소 완화된 현실에서 금리를 내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하더라도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의견을 냈다. 이처럼 준비가 돼 있는 금통위가 실제 금리 인하에 나서려면 부동산과 외환시장 안정이 필수다. 대미(對美)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 환율은 하향 안정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국 서울 집값 급등세 진정이 관건이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올해 0.9%↑, 내년 1.6%↑)를 고려할 때 우리 경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인하 기조 유지는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경제가 인플레이션 없이 자본·노동·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이른바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02%, 내년 1.98%다. 이창용 총재도 실제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간 차이인 ‘아웃풋(GDP) 갭’이 마이너스(-)인 점을 언급하며 “한동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야 따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제약이 커진 만큼 이제는 ‘핀셋 부양’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더 힘써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도 본예산을 11월 국회에서 심의하기에 앞서 내년 세수를 다시 추계하기로 했다.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라지만 세입 전망을 상향해 확장 재정의 포석을 쌓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없지 않다. 정부는 13조 9,000억 원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예산 가운데 1차분인 9조 원을 풀었지만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연말까지 고강도 주택공급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말처럼 서울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면 모두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검토해야만 한다. 25개 자치구별로 공공부지와 유휴부지에 주택을 언제까지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신호만으로도 불안 심리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 불안 우려를 잠재울 더 확실한 방안은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용적률을 높이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을 폐지하는 것도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다.
소비 쿠폰 지급 등 확장 재정만으로는 결단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은행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기지개를 켜려던 자영업자와 영세 상공인, 서민들의 자금 사정은 다시 쪼그라들 게 분명하다. 지속적인 통화 완화로 내수 진작에 힘을 보태야 한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성장률을 갉아먹지 않도록 추가적인 주택공급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만 할 것이다. 관건은 금융안정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을 얼마나 신속하게 관리 가능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다. 주택가격 급등과 환율 변동성,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풀려 있는 유동성(M2 │ 총통화)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추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 재정승수(Fiscal multiplie)가 낮은 현금 뿌리기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는 작은 데 반해, 물가와 집값은 물론 환율 불안에 기름을 부을 우려가 크다. 유럽의 모범적인 재정 건전 국가로 꼽혔던 프랑스가 ‘돈 풀기’ 유혹에 빠져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땜질식 임시방편(臨時方便)의 ‘돈 풀기’ 정책의 반복적 악순환(惡循環)의 연속이 아니라 ‘규제 완화’와 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보다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최우선 과제이자 급선무(急先務)다. 무엇보다 시장과 수요자가 신뢰하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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